TUNA : wpar3890 : charles

T.A. Copy - Let It Rain

옥상달빛 - 외롭지 않아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The art of writing is the art of discovering what you believe.
Gustave Flaubert

namkoongsun:

H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그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그 풍경이 아닌 다른 걸 보고 있다는 게 확실했다. 참 신기하다, 사람의 눈동자는. 예전에 누군가는 내가 무슨 생각만 하면 ‘또 어디갔어?’ 하고 묻곤 했었다. 바로 전에 만나던 애가 R이었나? 하고 물었다. 그러자 H가 깔깔 웃으며 아니지, 그 사이에 K가 있었잖아, 이런다. 아차.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지? 너무 까맣게 잊고 있었던지라 K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전 애인의 친구가 잠시 존재를 깜빡 잊어버린 너는.

H는 그날 아침에 꾼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방 저쪽의 거울 앞에서 X가 평소와 다름 없이 외출 준비를 하면서 평소와 다름 없는 옷으로 갈아입으며 평소와 다름 없이 핀잔을 주며 웃길래, 아, 다행이다,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하고 안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꿈이었다. 그래서 H는 다시 한 번 잠에서 깨야 했고,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슬픈 꿈이지 않니?”

“응, 슬픈 꿈이네.”

나도 예전에 슬픈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래, 니가 그때 패션파이브에서 밥 먹으면서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얘기했었잖아.”

Z가 끼어든다. 그런 적이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이 안 나는 그 장면을 친구가 기억하는 게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긴, 그랬을지도 모르지. 엉엉 울면서 편집실 복도를 걸어다니고 그랬던 생각이 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울음이 터지면 하던 일을 잠깐 멈출 법도 한데, 그럴 생각은 전혀 못하고 눈물을 길에다 뿌리면서도 외장하드 들고 왔다갔다 거리고 밥도 먹고 지나가는 사람들 인사도 받고 했던 걸 보면, 슬픈 건 슬픈 거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그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서 피식 웃게 될 순간들.

Vodka Rain - 날 원해

L’arc~en~ciel - 瞳の住人